<The univerS> - 1. Pilot

콘서트를 연기할 수는 없었다. 운석이 떨어질 위험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윤서연은 백스테이지에서 몸을 푸는 중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동작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전날 본 뉴스가 마음에 걸려서였다. 

어쩌면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남산네오경기장 콘서트가 열리는 날에, 

다른 유닛도 아니고 tripleS 완전체가 모이는 날에 운석이 떨어질 예정이라는 게 무슨 소린가.

대기권에서 불탈 가능성이 높다고는 했지만, 만에 하나 모를 가능성이 서연을 괴롭혔다. 심신의 안정이 필요했다. 

서연은 기지개를 켜다 말고 처음 눈에 들어오는 동생들에게로 달려갔다. 작게 비명을 내지르는 린을 주빈이 뒤에서 꽉 끌어안고 있었다.

“너네 뭐 하냐.” 서연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니, 나키 언니가.” 린이 어이없다는 듯 말끝을 올렸다. “자꾸 겁, 겁주잖아요. 이상한 꿈 꿨대.”

정작 김나경 본인은 대기실 구석에서 하연이랑 노닥거리고 있었지만.

“뭐라고 했길래?” 서연이 물었다.

주빈이 끼어들어 설명을 시작했다.

“나경 언니 묘하게 촉 좋잖아요. 본인도 막, 사주 집 차려야 한다느니 농담하고. 근데 어젯밤에 그런 꿈을 꿨대요. 

트리플에스 전체가 넷으로 완전히 쪼개지고, 언니가 해골이 되는 꿈.”

“내가?” 서연이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거기서 왜 나와.”

“저야 모르죠. 아무튼 린 언니, 자기가 말해 놓고 자기가 더 겁먹었어요.”

주빈이 씩 웃었다. 린이 불평하듯 팔짱을 끼자 그 자세를 따라 하기도 했다.

쓸데없이 구체적이네.

 

괜히 애들 놀리려고 한 짓이 틀림없었다. 공연 끝나면 한 소리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서연은 나경을 슬쩍 곁눈질했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계단 앞에 홀로 서 있는 유연이었다. 

서연이 종종걸음으로 다가가자, 유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중얼거렸다.

“뭔가 잘못됐어.”

언니까지 이러기야? 

서연은 속으로만 한숨을 쉬었다.

“왜, 배 아파?”

“아니, 그냥 감이 그래.” 유연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냥 얼른 시작하면 좋겠어. 막상 공연하면 아무런 생각도 안 들잖아.”

하늘이 유연의 바람을 들었는지 입장하라는 경보음이 인이어로 들려왔다. 

신위와 코토네가 활기찬 함성을 내질렀고, 연지가 긴장했는지 머뭇거리는 지연의 등을 톡톡 떠밀기도 했다.

“얘들아!” 카에데가 우렁차게 외쳤다. “이런 기회, 두 번 안 오잖아. 제대로 보여주자!”

이에 뒤쪽에서 얌전히 있던 마유와 설린도 호응했고, 곧 멤버 전원이 대열을 갖추었다.

무대에 나서자마자 한겨울의 찬 공기와 조명의 열기가 뒤섞였다. 포슬눈의 베일 뒤로 열광하는 관객들의 형상이 어른거렸다.

 이보다 아름다운 광경은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모형처럼, 그 무엇도 잘못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마음 한편이 이렇게 불안한 걸까. 

서연은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우선 눈앞의 공연에 집중해야 했다.

콘서트 자체는 시원시원하게 진행되었다. 탁 트인 공연장의 조명과 햇빛이 멤버들을 고루 비추었다. 

다현과 시온의 보컬이 드러나는 라이브 구간은 언제나처럼 인기 만점이었고, 

재정비 시간에 수민, 혜린 그리고 채원이 불렀던 크리스마스 캐럴 메들리도 반응이 좋았다.

괜히 걱정했나?

덕분에 서연은 피날레 구간에서의 표정 관리에 집중할 여유까지 챙겼다. 1층 스탠딩석의 한 여자아이와 눈을 마주쳐 주기도 했다.

 서아보다 한두 살 정도 어려 보이는 학생이었는데, 지난번 팬 미팅 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울기만 했던 모습이 기억났다. 

귀엽게 싱긋 웃어 주자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기뻐해 주는 게 보람찼다.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서연이 그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무대 전체가 맥없이 무너졌다.

얄궂게도 그놈의 운석이 공연장에 떨어진 것이다.

아픈 어깨를 부여잡으며 일어섰을 때, 서연은 무대 아래에 있었다.

사방에 먼지가 자욱했다. 보안 요원들은 관객들을 피신시키는 데 여념이 없었고, 지우와 유빈을 비롯한 몇몇 멤버들이 그들을 도왔다.

무대 위에서는 소현이 마이크를 잡아 “침착하게 안내에 따라 대피해 주세요.” 하며 현장을 진정시켰다. 

심지어 가장 어린 서아조차도 니엔을 도와 바닥에 떨어진 조명을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있었다.

아. 

서연은 순식간에 정연해지는 공간을 둘러보며 깨달았다. 

내가 내심 두려워하던 게 이거였구나.

tripleS는 이제 서연이 팔 걷고 나서지 않아도 의젓하게 활동해 나갈 수 있는 공동체였다.

다행으로 여겨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서연은 이제 자신에게 남은 역할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객석 쪽으로 떨어진 김에 그 어린 팬이라도 도울까 싶었지만, 아이는 이미 서연이 닿기 어려운 거리에서 사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우우우우우웅.

서연이 안심하는 순간. 뱃고동 소리와 유사한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여기에 채연의 비명까지 겹치자 절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거대한 뼈 손가락 셋이 위협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스노 글로브 안에서 인간의 손이 다가오는 걸 보는 게 이런 기분일까?

언니가 해골이 되는 꿈. 

린이 전했던 말이 머릿속을 불길하게 맴돌았다.

서연은 무거운 발을 질질 끌었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그녀를 운석 가까이로 이끌었다.

단순한 돌덩이가 아닌, 금속성의 매끈한 우주선이 서연 앞에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릴 적 보던 애니메이션의 마법 알 같았다. 

서연은 홀린 듯 손을 뻗었으나, 홀로그램을 만진 것처럼 손이 우주선을 훅 통과했다. 우주선마저 서연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내게 할 일을 줘. 

서연이 무릎을 꿇고 빌었다.

필요 없는 사람으로 죽고 싶지 않아. 해골이 되게 두지 말아 줘.

호소를 담아 절규하자, 갑자기 손끝에 냉기가 감돌았다. 우주선을 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기가 무섭게 은빛 표면이 여러 갈래로 찢어지더니 서연을 휘감았다. 처음에는 붕대처럼, 나중에는 단단한 갑옷처럼.

어느덧 우주선에 비친 서연은 동화 속 기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열두 개의 촘촘한 꼭짓점을 지닌 은관이 앉았다. 

날렵한 모양새의 갑옷이 번쩍였고, 손에는 열쇠처럼 한쪽이 구불구불한 장검이 들려 있었다. 

공연을 끝낸 직후였는데도 온몸에 기운이 충만했다. 새로이 태어난 것만 같았다.

우주선 안의 무언가가 쿵, 쿵 외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게 우주선이면 파일럿도 있겠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사람.

퍼뜩 정신을 차린 서연은 힘차게 일어섰다. 어떤 행동이라도 하려면,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거대한 해골 손이 여전히 경기장 정체를 으스러뜨릴 기세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그 그림자 아래, 서연이 눈여겨 보던 아이가 위압감에 굳어 있었다.

서연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 할 일이 한참 남은 모양이네.

 

Q. 다음 장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1. 일단 무찌르고 본다 : 서연이 하늘 높이 뛰어올라 해골을 공격한다.

2. 난데없이 트렌드 : 변신한 서연의 사진이 바이럴해진다.

3. 조력자가 나타난다 : 우주선 안에서 파일럿이 튀어나온다.

4. 팬을 구한다 : 어린 팬이 울면서 서연을 향해 달려간다.